아토피 피부염은 소아 질환이라는 인식이 높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 중 90% 이상이 5세 이전에 경험하거나 아동기나 사춘기를 지나며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계속되거나 일부에서는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20세 이후 발병하기도 한다. 이를 성인 아토피 피부염이라 부른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최재은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소아 질환이라는 인식이 높았지만 최근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타고난 유전적인 성향과 더불어 외부환경과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성인 아토피는 얼굴과 목 등 노출부에 나타나고 중증도도 심한 편이다. 한창 사회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 노출부에 호발하는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특히 상실하고 봄, 여름처럼 노출 부위가 많아지는 시기엔 우울감을 호소하는 등 2차 피해도 크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발병률, 꾸준히 증가 추세
소아에서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은 10~20%인데 비해 성인에서는 1~3% 유병률을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소아에서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성인에서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세 이상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2014년 35만 8956명에서 2018년 42만 8210명으로 19%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 11.8%, 30대 7.5%, 40대 5.9%, 50대 이상이 13.5%로 나타났다.
반면 0~19세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소아 인구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2014년 63만 2601명에서 2018년 53만 3879명으로 16% 감소했다.
볼, 팔다리 접힘부 호발하는 소아와 달리, 성인은 얼굴과 목에 호발
성인과 소아 아토피는 호발 부위가 다르다. 유아에서는 볼, 소아에서는 팔다리 접힘부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성인 아토피에서는 팔다리 접힘부와 함께 얼굴과 목 침범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한창 사회생활이 왕성한 시기에 얼굴과 목 등 노출부에 호발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 일반인에 비해 실업률과 미혼률이 더 높았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도 20%까지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됐다. 게다가 대부분 중증도 이상으로 심한 경우가 많다. 아토피 피부염 중증도를 평가하는 척도는 EASI(Eczema Area and Severity Index)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성인과 소아 아토피 피부염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병변의 면적, 홍반과 부은 정도, 긁은 자국, 두꺼워진 정도 등을 측정하여 계산한다. 극심한 가려움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3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된다.
중증도에 따라 치료법 달라
경증인 경우 국소스테로이드 도포가 첫 번째로 이뤄진다. 단 환자의 나이, 병변의 상태와 위치에 따라 적합한 약제 선택이 중요하다. 장기간 사용 시 피부위축, 모세혈관 확장, 탈색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 지도하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추가로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피부 감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관련 약도 함께 쓴다. 필요에 따라 일주일에 1~3회 병원에 내원해 광선치료를 하면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감마리놀렌산이 함유된 달맞이꽃 기름을 복용하면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감소되어 있는 필수지방산을 보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중증이라면 경구 면역억제제를 복용할 수 있고 여기에도 반응이 충분하지 않는 경우 신약인 듀필루맙 등의 생물학적 제제를 시도해볼 수 있다. 2주 간격으로 피하주사를 통해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효과나 부작용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는 건강보험도 적용돼 보급 초기에 비해 가격 부담도 줄어들었다. 단,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질환이므로 이러한 신약 효과에만 의존하고 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예방을 위해서는
△목욕은 미지근한 물로 10~20분 입욕하는 것이 좋다. 때를 밀지 말고 저자극성의 약산성 비누를 사용한다. 목욕 후 3분 이내 보습제를 발라준다. 보습제는 증상이 없을 때에도 하루 2번 이상 바른다.
△실내 온도(22~24도)와 습도(40~50%)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피부에 닿는 옷은 순면 재질을 사용하고 평소 세탁 시 세제가 남지 않도록 여러 번 헹구는 것이 좋다.
△가벼운 운동은 좋으나 지나친 발한이나 발열은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피부를 긁으면 염증이 심해지고 다시 더 긁게 되는 악순환을 돌게 된다. 가급적 긁는 행위는 자제하고 알맞은 관리나 치료를 하자.
△다양한 흡입 항원 또는 음식 항원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일상에서 관찰 후 의심되는 항원이 있으면 병원에 내원하여 단자검사나 혈청 특이 IgE 검사를 해보자.
△흡입 항원으로는 집먼지진드기가 가장 흔하다. 관리를 위해서는 투과성이 없는 침구를 쓰고 일주일마다 뜨거운 물로 삶아 소독하는 것이 좋다. 카펫, 커튼을 치우고 환기를 잘 시키자.
△음식 알레르기는 성인에서는 드물고 연관성 논란은 있다. 가장 흔한 음식 항원은 우유, 달걀, 땅콩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알레르기 원인을 음식으로 믿는 경향이 강해 무분별한 식이제한으로 영양결핍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음식 알레르기가 의심되면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를 받고 음식 일기를 작성해서 진짜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접촉 항원으로 니켈이나 국소치료제 성분에 대한 접촉피부염이 있을 수 있다. 통상적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하여 이에 대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정서적인 스트레스는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가려움증을 유발하여 피부염을 악화시킨다. 아토피피부염은 삶의 질을 저하시켜 환자들은 예민하고 우울한 경향을 보일 수 있으므로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최재은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질환이다. 항상 악화 인자를 피하고 피부를 촉촉하게 관리하자. 정신적인 스트레스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증상에 따라 아래와 같은 관리에도 증상 조절이 되지 않을 땐 병원을 방문해 알맞은 치료를 받자. 특히 완치를 목표로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하다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