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생검 (Liquid biopsy)

  • 등록 2019.09.06 15: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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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은 매년 160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현재 의사들은 폐암을 진단하고 최선의 치료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대상
조직의 샘플을 채취하는 침습적 시술인 생체 조직 검사에 의존하고 있다. 폐암
이 진단되면  표적유전자를  찾아 표적항암제를  처방하는 등 효과 좋고 부작용 적은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새로운 표적 약물들과 면역 치료제들이 개발됨에  따라 암이 의심되는 환자들  뿐만 아니라 폐암 치료 과정  중에서도 환자들이 받는  생체 조직 검사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생체 조직 검사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암이 진행될수록  환자가 감염되거나 다른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갈수록  적당한 조직 표본을  얻을 가능성은  감소한다.  또한 폐암은 특이 증상이 없어  효율적인 초기  진단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첫 번째 폐 조직 검사를  받는 시점이  이미 말기 단계에  도달해 있는  경우가 많 고 이는 좋지 않은 예후로  이어지므로  폐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 새로운 조기검진방법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학자들은 암 DNA를  검출하기 위해 혈액 등의  체액을 이용하는 액상생검으로  눈을 돌렸다.  액상생검 (Liquid Biopsy)은  환자의  액상 검체 (혈액,  소변,  침,  흉수, 복수, 모유,  기관지폐포세척액 등, 그림1)에 존재하는 세포 유리핵산 (cfNA, cell-free nucleic acids),  순환종양세포 (CTC, Circulating Tumor Cell), 세포외 소포체 (EV, Extracellular vesicle) 등을  첨단 장비와 기술로 분리하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기법 (NGS, Next-Generation Sequencing),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 반응기법 (Real-time PCR), 디지탈 중합효소 연쇄 반응기법 (digital PCR),  생물 정보학(BI, Bioinformatics) 등의 방법으로  암의 조기진단 (스크리닝)과 항암 표적치료제의 선택 (동반진단) 및 항암제 치료 효과,  저항성 확인 및 재발과  전이 (모니터링) 등을  분석하는 검사이다.


액상생검은 기존의 조직검사에 비해 효율적이고 덜 침습적인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환자를  최소한의  위험에만  노출시키면서 암을  감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방법이 확립된다면  암을 조기 발견하고 동반진단  및 모니터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데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액상병리의 가장 큰 단점은 주로  표적으로 삼는 종양 DNA (ctDNA)의 혈액 속 양이  극히 적어 혈액에서 암 DNA를 발견해서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에 따라 66%에서 78%에 이르는  비교적 높은 감지율 (또는 민감도)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28.8%에서 46%정도 밖에  안되는 민감도를  보여 진단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  폐암 환자에게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EGFR) 유전자 변이의  빈도는 30에서 40%이며,   EGFR유전자 변이가 발견될  경우 1차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지 않고 EGFR 표적항암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이미  15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1세대 표적항암제인 ‘이레사’ 와  ‘타세바’를 포함해, 2세대 표적항암제인  ‘지오트립’과  최근 개발된  3세대  EGFR 표적항암제 ‘타그리소’가 임상에 도입돼 처방되고 있다.


그 외에 4에서 5% 정도의 빈도를 보이는 ALK 유전자 변이의  경우  1세대 표적항암제인 ‘잴코리’와 2세대 ALK
억제제인 ‘자이카디아’,  ‘알렉센자’,  ‘알룬브리’ 등이 임상에  도입되었고  3세대 ALK 억제제 역시 임상에 도입될  예정이다.   1% 정도의 낮은 빈도로 나타나는  ROS1 유전자  변이 또한  잴코리 처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표적항암제의  발달과 폐암 조기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안정적이고 빠른 유전자 변이를 찾는 방법의 확립이 시급해졌다.


세포외소포체란 무엇인가?
세포외 소포체(EV)는  세포에  의해 혈액,  소변,  침과  같은 체액으로 분비되는 나노 입자다  (그림2).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DNA,  RNA,  단백질 그리고 지질들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 활성 분자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건강한 세포보다  암세포가 세포외  소포체를  더 많이 분비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세포외소포체의 구조상 원형질막 안에 존재하는 DNA (EV DNA, 그림3)는  외부자극으로  인해 분해되는  것으로부터  보호받으므로 혈액에  떠다니는  DNA (cell-free DNA)보다  안정적이고 더 나은 표적이 된다. 


건국대학교병원  정밀의학폐암센터는  보다 빠르고, 저렴하며,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암  진단을 위해 세포외소포체/나노소포체 (세포정보가 담긴 나노 입자)의  DNA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법을 개발했다.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대상 시험

폐암 환자의 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EV DNA를 이용한 유전자검사를 실시하였다. EV DNA는 혈장 및 기관지 폐포세척액(BALF)의  액상 검체에서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세포외 소포체를 분리하고,  분리된 세포외  소포체에서 DNA를 추출해 폐암을 유발하는  EGFR 돌연변이 유전자를 확인하였다.  


기관지 폐포세척액(BALF)은  기관지 및 폐의 공간의 내시경 검사를 통해 세척액을 주입하고 이를 빨아내서 얻
어지는 액체인데 이를 이용하여 미생물 검사나 세포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하게 된다.


건국대학교병원의 이계영교수 연구팀에서는 혈장 및 BALF EV DNA에서 EGFR에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는 방법을  기존의 조직 검사의  결과와  비교 확인함으로써  액상생검이 충분히 조직 생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23개의 BALF EV DNA 샘플의 EGFR 시퀀스는  동일한 환자들이  조직 생체검사로  얻은 결과와  100% 일치했다.   대조적으로  cfDNA를 이용한  검사는 71.4% 정도의  일치율을 보여줬다.


한편  20개의  혈장 EV DNA 샘플 을 이용한  EGFR 시퀀스는  해당 조직  생체검사로 얻은 결과와  55% 일치했
다.   이는 BALF를  이용한 결과보다는  현저히 낮지만,  30%의 일치율을  보인 혈장 cfDNA를 이용한  검사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이는 혈장 내에 존재하는  지질단백질과  단백질 응집이  EV와 매우 유사하여  EV를 완전히 분리시키고  분석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암과 샘플을 채취하는 장소의 거리에 따라 암 상태를 반영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BALF EV DNA는 폐암과 가까운 거리에서  채취되므로  순환하는 혈액에서 얻어 지는 EV DNA보다 종양의 상태를 더 잘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약제 내성 관련 2차 돌연변이 검출
EGFR-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EGFRTKI) 는 EGFR 수용체(receptor) 가  세포 성장과 분열을 초래하는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게 하고,  이에  따라서 암이  더 이상 성장이나 확산을 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NSCLC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할수 있다. 


그러나 Exon 19 deletion 및 p. L858 R과같은 암 유발 EGFR 돌연변이를 가지고 약을 1년 이상  오래 복용한 환자들은  종종 EGFR-TKIs 에  대한 내성을  얻게 되고 그에 따른  대체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다음 단계의 내성 치료가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도록,  환자들의  50~60%에서  발견되는  내성을 유발하는 T790M이라는 2차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를 처방해야 한다.


이렇게 환자가  반복적인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하는 시점이 되면  침습적인 조직검사를 다시시행한다는 점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이되며  성공적인 유전자  검사를  위한 적당한 조직 샘플을  얻기도  매우 힘들어진다.


이러한 시점에서  EV DNA를  이용한 T790M 돌연변이  검사의 유효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내성을보이는 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액상 생검과  기존의 조직 생체검사를  진행해보았다.  그 결과  6명의 환자에서 기존 방식의 조직  생체 검사용 샘플과  액상생검에  이용할  BALF EV DNA와 cfDNA를 얻을  수 있었다.  나머지 3명의 환자들의  경우 조직 생체검사를  시도했지만 적절한 샘플을  얻는 것을 실패하여 BALF EV DNA와 cfDNA 샘플만으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들 중  BALF EV DNA를 이용한 액상 생검을 통해 9명의 환자 중 5명이 T790M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cfDNA를 이용한  액상 생검에서는  3명, 조직 생체검사로는  2명이 해당 돌연변이가  있음을 찾아냈다.   BALF EV DNA를 이용한 액상 생검을  통해 기존의 조직 생체검사방식으로는  찾지 못한  3명을 추가로  발견했으면  이들 중 2명의  경우 T790M 변이를  목표로한  제3세대  EGFR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에 대해 반응을 보였다.


액상 생검의 미래와 암의 조기진단
작은 표본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 결과는  유전변이에 대한 BALF EV DNA의 증가된 민감도를 보여준다.  특히  초기 표적항암제  치료 후 환자가  기존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시점에  T790M 돌연변이를 감지하는 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조직 생체검사와  비교해 더 우월한 결과를  낸다는 것을 보였다.


폐암의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기진단’이다.   과거에는  폐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폐암 발생에  대한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폐CT(low-dose CT)를  이용한 조기진단법이 효과적이라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에서도  폐암조기검진 사업을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다만 CT에서  발견한  양성 결절의 폐암 진단을  위해서는 추적 관찰 말고는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으며,  액상 생검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예상된다.


이를 위해 액상 생검을 이용한 조기 폐암 검진법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최근 들어  흡연과 관계없는 특히 여성에서의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어 여성의  폐암조기검진의  중요성도 잊어져서는  안 되며 액상 생검을  이용한 조기 폐암 검진법이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더 강조되며  가까운 미래에는  BALF EV DNA 검사는 의료진들이 치료를 더 빨리 계획하고  최적화해서  환자의 예후를 크게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마지막으로  다른 암과  돌연변이를 발견하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EV DNA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반면, 본연구가 새로운  바이오마커의  확인으로  이어져 정밀의학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허재영 조교수 clinic3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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