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영역에서는 생식기관의 기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정상조직을 손상 시키지 않고 정교하게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최소침습수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복강경 난관결찰술 즉, ‘배꼽술’이 일찍이 도입된 이유기도 하다.
로봇수술은 7가지 자유도를 구현하는 로봇팔, 직관적인 움직임, 10-15배확대된 3D 영상, 집도의의 개선된 인체공학, 손떨림 보정, 카메라 제어의 자율성 및 짧은 학습 곡선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복강경수술의 제한점을 보완하였다.
2001년에 로봇을 이용한 자궁 절제술이 처음 보고된 이후 2005 년 미국 FDA는 Intuitive Surgical 사의 Da Vinci Surgical System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였다. 현재 부인과 영역에서는 주로 시행하는 로봇 수술들에 대해 아래에 기술하겠다.
로봇 자궁절제술
자궁절제술은 산부인과에서 시행하는 가장 흔한 수술 중 하나이다. 1989년에Reich에 의해서 복강경을 이용한 자궁절제술이 처음 소개된 이후로 최소 침습수술의 장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특히 복강경 자궁절제술은 개복술과 비교했을 때 재원기간의 단축, 빠른 회복 및 정상적인 일상 활동으로의 복귀, 수술 중 출혈량 감소 및 수술 후 통증 감소, 미용적인 면의 향상 등의 이점이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복강경 수술은 골반의 제한된 공간과 복잡한 해부학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학습곡선이 필요하며 전문가 수준의 술기 습득까지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복강경수술의 제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1년 로봇자궁절제술이 처음 소개되었고. 이후 로봇 자궁절제술의 시행은 급속히 증가하여 2007년에는 전체 자궁절제술에서 로봇 자궁절제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0.5% 이었던 것이 2010년에는 9.5 %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로봇 자궁절제술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술 전후 결과 및 비용-효과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다. 최근까지 로봇 자궁절제술과 복강경 자궁절제술을 비교한 무작위배정임상 시험연구는 6개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한 메타분석 결과, 자궁의 양성 질환에서는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에 비하여 수술 시간이 더길고, 수술 관련 합병증과 재입원율은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비용 차이는 로봇 수술이 복강경 수술보다 약 $2600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Patzkowsky 등은 로봇 또는 복강경 자궁절제술을 받은 5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후향적 연구를 보고하였다. 이 연구에서 로봇 자궁절제술을 시행받은 그룹은 자궁의 크기가 크고, 광 범위한 유착, 개복술의 수술 병력 및 심한 자궁 내막증의 유병률이 높은 특성을 보였다. 이러한 복잡성에 도 불구하고 두 그룹의 수술 전후 결과는 차이가 나지 않았고 로봇 자궁절제술의 도입으로 개복 자궁절제술의 비율이 감소했다고 보고하였다.
Lonnersford등도 로봇 수술 프로그램 시행의 효과를 설명하면서 1000 회의 로봇 수술 시행 후에는 최소 침습 수술의 시행률이 크게 증가하였고 (2005 년 26 % 대 2011 년 81 %) 수술 중 개복술로의 전환률은 감소하였다고 보고하였다 (3.7 %). 국내에서는 2018년 5월 기준으로 현재 57개의의료기관에 총 76대의 다빈치 로봇 시스템이 설치되었다.
국내에서 발표되는 다수의 연구 논문들 또한 단일 기관의 연속된 경험인 경우가 많고, 특히 양성 질환에서의 자궁절제술에 대한 전향적 연구나 체계적 문헌고찰은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환자의 특성에 따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자궁절제술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로봇 수술이 복강경수술과 비교하였을 때 명확한 이득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로봇 수술의 선택에 신중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에는 환자의 수술 결과뿐만 아니라 비용과 삶의 질 측면, 수술자의 피로도정도, 그리고 전공의 수련에 있어서의 로봇 수술의 영향 또한 면밀히 분석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기술적인 장점이 존재하므로 이를 고려하여 수술 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겠다.
로봇 자궁근종절제술
자궁근종은 가임기 여성에서 가장 흔한 양성 골반 내 종양으로, 그 유병률은 연령에 따라 20%~40%로 보고되고 있다.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30% 가량의 환자에서는 월경과다, 만성골반통, 월경통, 불임, 반복 유산, 조산 및 산후 출혈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최근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자궁을 보존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자궁근종절제술에 대한 요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자궁근종절제술은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여성을 위한 수술이다. 또한, 체외 수정을 시행받는 불임 환자에게서 잠재적으로 가임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근종 절제술을 시행한다. 자궁근종절제술 시행에 있어 중요한 점은, 가능한 한 정상 자궁 근육층의 손상 없이 자궁근종을 자궁으로부터 완벽히 제거해내는 것과 남은 정상 부위를 세심하게 층별로 잘 봉합하는 것이다. 또한 자궁근종절제술은 수술 중에서 출혈이 많을 수 있고 수술 후 유착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술법이 필요하다.
자궁근종절제술을 시행하는 접근법으로 개복, 복강경, 로봇 또는 자궁경 등을 고려할 수 있는데 자궁 근종의 위치, 크기 및 수 및 병변의 정도에 따라 각각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환자에 따라서는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접근법을 동시에 사용해야하기도 하고 이차적 수술을 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근종절제술은 개복수술로 주로 시행되어 왔다. 개복수술은 절제 부위를 정교하게 봉합할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재원기간의 증가, 수혈의 증가, 수술 후 통증 및 회복 기간의 증가와 같은 단점도 있다. 최근 최소 침습 수술의 발전으로 복강경 근종절제술이 시행되기도 하는데 자궁근층을 여러 층으로 봉합하는 것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술기에 고도로 전문성을 가진 복강경 집도의가 선택하게 된다.
특히 자궁근종절제술 후 임신하였을 때 기존의 자궁근종절제술 부위가 열악하게 봉합된 경우에는 자궁파열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복강경근종절제술 후 임신 2, 3 분기에 자궁 파열 사례가 여러 차례 보고된 이후, 5cm를 초과하는 근종, 다발성 근종 및 심부 근층 내 근종 환자를 배제한 보다 엄격한 복강경 자궁근종절제술에 대한 선택 기준이 소개되었다.
근종절제술에 대한 기존의 복강경수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최소 침습적 접근을 하기 위해 2004년 Advincula 등이 로봇 근종절제술을 보고하였다. 로봇수술을 통해서 기존의 복강경수술에 비해서 자궁근층의 봉합을 보다 정교하고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여러 후향적 연구에서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의 안전성, 타당성 및 효과가 검증 되었다.
전통적인 개복수술과 비교할 때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은 수술 중 출혈량 감소, 재원 기간 단축, 회복 시간 단축, 합병증 감소 및 비용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2016년에 Lavazzo 등이 보고한 로봇 자궁근종절제술과 복강경 자궁근종절제술을 비교한 메타 분석에서는 수술 중 출혈량, 수혈 여부, 수술시간, 재원기간 또는 회 복시간에 있어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로봇수술의 적용으로 인해 전체 자궁근종수술에서 최소침습수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증가하였다는 점과 복강경수술에 비해 수술 중 개복술로의 전환율은 감소하였다는(로봇 자궁근종절제술 0-3 % vs. 복강경 자궁근종절제술 11.3 %) 점은 로봇 수술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로봇 자궁근종절제술 후 장기간 결과와 관련하여 Pitter 등이 로봇 자궁근종절제술 후 임신 결과를 보고한 후향적 연구가 있다. 2005년 10월에서 2010년 11월 사이에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을 시행받은 872명의 여성 중 107명이 2011년까지 127건의 임신과 92건의 출산을 했다. 근종 절제술 당시의 평균 연령은 34.8 ± 4.5 년이며, 평균 제거한 근종 수는 3.9 ± 3.2이며 평균 크기는 7.5 ± 3.0cm이고 제거된 근종의 평균 무게는 191.7 ± 145g 이었다.
조산은 더 많은 수의 근종이 제거되고 제거된 가장 큰 근종의 위치가 자궁전방벽인 경우에 더 높았다. 이 연구 결과는 전반적으로 기존의 복강경 자궁근종절제술에 대한 문헌에 보고된 결과와 비슷했다. 그리고 제왕절개수술시 확인한 수술부위 소견에서 매우 낮은 골반유착 형성을 보여, 로봇수술과 같은 최소침습수술의 장점을 뒷받침해 주었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크기가 큰 심부 근층 내 자궁근종으로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을 시행한 환자들의 수술 경과 및 임신률을 확인하였는데, 자궁내막이 손상되었던 경우에도 60%에서 성공적인 임신과 분만을 보고한 경우도 있어, 로봇을 이용한 자궁근종절제술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자궁근종의 위치가좋지 않아 개복하여 자궁근종절제술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은 그 대안으로 시행될 수 있겠다.
우리 기관에서는 대부분의 근종제거술이 로봇방식으로 시행된다. 로봇 자궁근종절제술 대상자를 선택할 때는 자궁 근종의 위치, 크기 및 수, 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고려한다. 수술 전 MRI는 자궁 근종의 위치의 확인과 선종의 존재를 배제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시행한다.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은 일반적으로 10개 이상의 근종, 단일 평활근종의 크기가12–15cm 이상인 경우, 자궁이 제대 위 5cm 이상에 위치한 경우는 시행하지 않는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에 비해 로봇 자궁근종절제술의 우수성을 뒷받침 할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지만 로봇 수술은 자궁근종 최소 침습적 관리를 위한 게임 체인저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개복수술에 비해 분명한 우월성을 암시하는 강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기존 복강경 자궁근종절제술의 활용률이 낮았던 것은 복강경수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높은 수준의 기술적 요구 때문이다. 향후 로봇 자궁 근 종절제술의 역할을 명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더 많은 비교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로봇 자궁내막증제거술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6-10%정도에서 유병률을 보이는 양성질환으로, 심한 생리통과 불임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자궁내막증의 특징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강 바깥에 존재하는 것으로 난소, 복강 및 장, 그리고 드물게 흉부 등에 발생한다.
자궁내막증수술의 목표는 통증을 경감시키고 육안으로 보이는 모든 병변을 제거하는 것이다. 개복수술에 비해서 복강경수술은 자궁내막증의 병변을 확대해서 볼 수 있고 수술 후 유착을 감소시켜 자궁내막증의 진단과 외과적 절제를 위해 표준치료로 인정되어 왔다.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을 비교한 몇 가지 후향적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수술 중출혈량, 재원일수, 합병증, 수술 후 통증에 있어서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자궁내막증의 결절이 크거나 심부자궁내막증과 같이 병변이 골반강내에 깊이 침윤하거나 방광, 대장을 침범하는 경우 복강경수술이 기술적으로 어려워 개복수술로 진행되기도 한다.
로봇수술은 복강경수술의 제한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한 자궁내막증의 경우 로봇수술이 장점을 보인다는 의견도있다. 또한 자궁내막증은 골반강내 주변 장기와 유착이 심한 경우가 많아서 방광, 요관, 대장에 침윤한 병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인접장기를 절제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로봇수술이 침윤된 병변 조직을 절제하고 봉합하는 데 있어 복강경수술에 비해 더 용이하고 안전하고 포괄적으로 수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존의 복강경수술에서 제공하는 시야에 비해 로봇수술은 3차원, 고화질의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자궁내막증 병변을 더정확하게 구별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장점으로 자궁내막증, 특히 심부자궁내막증 환자의 수술적 치료에 있어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에 비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로봇 천골질고정술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고령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골반 장기탈출증의 유병률은 증가 추세이다. 골반장기탈출증은 골반강내 자궁, 방광, 장 등을 지지하는 골반저근육이나 인대가 약화되면서 생식기관, 방광, 직장 및 소장 등의 골반내 내용물들이 질벽의 결손부위로 탈출하는 질환이다.
골반장기탈출증의 외과적 처치는 전통적으로 질식 자궁절제술을 포함한 질벽성형 및 구획재건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술은 많게는 30%까지 증상이 재발하여 재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고어택스 메쉬와 같은 합성 물질의 활용을 포함한 몇가지 수술법이 제안되었다.
천골질고정술은 이러한 수술법 중의 하나로 골반장기탈출증의 수술적 치료로 최근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접근방법에 따라 개복, 질식, 복강경 수술이 있는데 개복수술이 질식 접근에 비해 해부학적 구조의 복원이 잘되고 재발률이 낮지만 통증이 크고 수술 후 회복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위해 복강경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나 수술부위의 충분한 시야확보의 어려움과 많은 수의 봉합술이 필요한 수술의 특성으로 인해 실제 적용하는데 있어 제한점이 있었다.
최근의 로봇수술의 확대로 이러한 천골질고정술은 개복술 대신 최소 침습적 방식으로 시행되는 추세이다. 로봇수술은 개복수술과 같이 해부학적 구조의 복원과 봉합술의 용이함을 가지면서도 복강경수술의 장점인 빠른 회복과 통증의 경감을 보여 천골질고정술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로봇 천골질고정술과 복강경 천골질고정술을 비교한 메타분석에 의하면, 수술 중 출혈량, 재원기간,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 등은 차이가 없었으나, 로봇수술 시간이 더 길었고 비용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반장기 탈출증은 젊은 여성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고, 가임력 보존을 원할 때는 자궁을 보존하면서 자궁고정술을 시행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로봇 천골자궁고정술을 시행할 수 있다.
결론
양성 질환에서의 로봇수술을 계획 시 앞서 열거한 장단점을 고려하여 환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에 비해 가지는 분명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로봇수술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데 있어 가장 큰 제약은 비용 문제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로봇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이 고가이며 특히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되어 있어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분석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아직까지 대규모 전향적 연구나 무작위 비교 연구가 부족하여 로봇 수술의 이익에 대한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문헌이 제한적이며, 특히 암 분야에서도 종양학적인 안전성을 평가하기에 는 근거자료가 부족한 상태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수술이 부인과영역에서 도입된 이래 매년 수술건수가 증가하고 있고, 의료 현장에서도 그 요구도가 증가하고 있다.
향후 기술개발 등으로 로봇수술 비용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로봇수술만의 고유한 장점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부인과 영역에서의 향후 로봇수술의 적응증과 효용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