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위염과 위암 위험군” — 장상피화생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과학교실 김혜성 교수와 병리학교실 장보근 교수 연구팀이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발전하는 전구병변임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에 따르면 헬리코박터 감염, 약물, 스트레스 등으로 생긴 위염은 만성화되면 위 점막이 심하게 손상되어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진다. 특히 불완전형 장상피화생은 기존 역학 연구에서 위암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다.
▲(왼쪽부터) 김혜성 교수 장보근 교수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위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2020년 기준 전체 암의 14.2%가 위암이었으며, 인구 10만 명당 약 50~60명이 새로 진단될 정도로 발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0%에 이르지만, 말기에 진단될 경우 생존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480만명 이상이 위염 진단을 받고 있으며, 위 내시경을 시행 받은 환자의 20~30%에서 장상피화생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은 위암의 전단계로 인식되고 있지만, 분자 수준에서 직접적으로 암의 전단계로 입증된 바는 없었다.
“암의 씨앗, 장상피화생에서 발견되다” — 최초로 밝혀낸 불완전형 장상피화생의 정체
연구팀은 공간 전사체 분석, 단일세포 분석, 후성유전체 분석, 그리고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실험을 통해 위암의 씨앗이 되는 병변을 정밀 추적했다. 특히 장상피화생은 그 병리적 과정을 모사할 수 있는 적절한 동물모델이 부재한 상태다. 이로 인해,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오가노이드를 통해 위암 전단계 병변의 진행 양상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첫 사례다.
그 결과 불완전형 장상피화생은 위 세포와 장 세포의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하이브리드’ 세포 상태로, 줄기세포부터 분화세포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분화 양상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위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실험에서는, 장상피화생 세포들이 외부 자극에 따라 위 세포 또는 장 세포로 양방향 분화하며 세포 운명의 불안정성과 후성유전체 이상(epigenetic deregulation)을 드러냈다. 실제 위암 조직과 비교한 결과, 전체 위암의 76%가 불완전형 장상피화생과 유사한 유전자 프로파일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불완전형 장상피화생이 단순한 위험 신호를 넘어, 위암의 직접적인 전구병변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 최고권위지인 ‘Gut’(IF 25.8) 에 2025년 7월 온라인 게재됐다.
“위암 예방, 정기 내시경이 중요한 과학적 이유”
장상피화생은 더 이상 단순히 ‘위암 위험이 높을 수도 있는 상태’로만 볼 수 없다. 특히 불완전형 장상피화생이 확인된 경우, 위암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분자 수준에서 확인된 만큼, 보다 세심한 관찰과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는 장상피화생의 아형 분류에 기반한 조기 발견 체계의 정비와 개인 맞춤형 위암 예방 전략 개발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단순한 장상피화생이라도 방치하지 않고,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검사 주기와 생활 습관 개선을 실천하는 것이 위암 예방에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