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 나갔다가 갑자기 가슴이 꽉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숨이 찬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엔 왼쪽 팔까지 저려오더라고요.”
5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매일 새벽 조깅을 하던 중 협심증 증상을 처음 경험했다. 평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지만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결국 병원을 찾아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성해 교수
가을철이 되면 이렇게 찬 바람, 급격한 기온 변화로 인한 심혈관 질환 발생이 늘어난다. 특히 협심증은 혈관이 갑자기 수축되거나 좁아져 혈류가 부족해질 때 발작이 일어나기 쉬운데, 기온이 낮아질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성해 교수는 “기온이 내려가면 우리 몸의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심장이 더 많은 압력을 견뎌야 하고, 이로 인해 심근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협심증 발작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발생하며, 대표적으로는 운동 중 또는 감정적으로 긴장할 때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대개 수 분 이내에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단순한 피로로 착각하거나 소화불량으로 오인되기 쉽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심장 근육 일부가 괴사하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악화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년 남성뿐 아니라 폐경 여성도 예외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협심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7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80% 이상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협심증은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폐경 이후 여성의 발병률도 빠르게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여성은 폐경 전까지는 여성호르몬의 보호 효과 덕분에 협심증 위험이 낮지만, 폐경 후에는 남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위험도가 증가한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50대 이후 여성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상은 전형적인 흉통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목이나 턱, 왼쪽 어깨나 팔로 퍼지는 통증, 가슴 답답함, 속이 메스껍거나 숨이 찬 증상, 식은땀이나 현기증도 협심증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찬 바람을 맞은 후나 아침 기온이 낮은 시간대에 반복되는 불편감이 있다면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런 증상이 있을 경우 병원에서는 심전도, 심장 초음파, 운동부하 검사 등을 통해 혈류 이상 여부를 판단하며, 필요시 CT나 관상동맥 조영술 등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협심증은 비교적 진단이 쉬운 편이며,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 치료 또는 스텐트 삽입술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날씨만큼이나 예측 어려운 협심증, 생활 속 관리가 관건
협심증은 특히 가을·겨울철에 위험하다. 이는 기온 변화가 혈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성해 교수는 “추운 날 외출할 땐 보온에 신경 써야 하고, 갑작스럽게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새벽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심혈관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새벽 시간대 외부 활동을 피하고, 오전 10시 이후 활동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흡연은 관상동맥을 수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협심증 발병 위험을 2~4배 이상 높인다. 음주 또한 심장 리듬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 식단은 기름지고 짠 음식을 줄이고, 지중해식 식단처럼 채소, 생선, 견과류, 올리브오일이 중심이 되는 식생활이 도움이 된다.
협심증의 예방을 위해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다. 단, 운동은 무리하게 하지 말고 자신의 체력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은 심혈관 강화에 효과적이다. 운동 중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지면 즉시 중단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특히 심혈관계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혈압·당뇨병을 앓는 사람, 폐경기 여성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심장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성해 교수는 “협심증은 증상을 방치하면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특히 가을철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내 몸의 작은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