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피부신경계 질환이다. 수두에 감염되었을 때 바이러스가 구강인두에서 증식을 하고 바이러스혈증(viremia)이 발생하면서 일부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하게된다. 이후 다양한 원인으로 인체의 면역이 감소되는 상황이 되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신경을 따라 피부에 발진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대상포진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으로 발진이 호전된 후에도 신경의 손상으로 통증이 남아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50대에 발병한 경우 5.4%에서 신경통이 발생하지만, 80세 이상인 경우에는 20.3%에서 신경통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령에서의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국내 미디어에서 대상포진과 그에 따른 신경통에 대해 보도하면서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의료인 또한 대상포진 백신에 대해 심도 있는지식과 최신 지견이 요구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의 현재
성인에게 수두백신을 접종할 경우 varicella-zoster virus (VZV) T세포 면역원성이 증가해서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이론적 배경에서 백신 개발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수두백신의 VZV 함유량은 1350 plaqueforming units (PFUs) 이지만, 대상포진은 19,400 PFUs 농도를 포함하여 대략 14배 이상 높은 바이러스를 함유하고 있다.
최초의 제품은 조스타박스(Zostavax, Merck Sharp & Dohme Corporation, USA)로 약독화 생백신이다. 2006년 미국 식약처에서 처음으로 사용이 허가되었고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백신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개발되어 2017년에 한국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스카이조스터(Sky zoster, SK Chemicals Co, Korea)
가 있다.
대상포진 백신과 관련한 대표적인 임상연구는 Shingles Prevention Study(SPS)이다. 미국의 60세 이상의 고령자 38,54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고 대상포진의 발생을 51%,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67% 감소시켰다. 그리고 연구대상자를 확대하여 북미와 유럽의 50-59세 연령의 22,4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ZOSTAVAX Efficacy and Safety Trial(ZEST)에서는 대상포진 발생을 69.8% 예방하였다. 미국 식약처에서는 접종 가능한 연령을 50세 이상으로 낮추었지만 미국 예방접종 자문위원회에서는 여전히 60세 이상에서의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영국의 National Health Service(NHS)에서는 미국보다는 더 높은 연령인 70세 이상에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의 승인과 달리 전문가 집단에서 좀 더 높은 연령에서 접종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주요연령층과 백신의 장기면역원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백신접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 항체가가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면역원성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다. 조스타박스의 장기면역원성에 대해연구하는 것은 SPS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Short and Long Term Persistence Study (STPS & LTPS)가 있다. 조스타박스의 경우 접종 5-11년 후 항체가 평균 21.1% 감소된다고 보고되었으나 실제 그래프를 보게 되면 10년 전후로 백신의 효과가 거의 없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1)
이를 바탕으로 면역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10년마다 추가접종(boost)을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실제 임상적 효과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태이다. 확실한 백신의 효과가 10년이라고 가정한다면 백신 접종은 대상포진 감염의 발생이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것이 비용-효과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국가마다 대상포진 감염역학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전문가 집단에서는 접종 연령을 추천하게 된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 모 두 만 6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수두에 대한 항체가 없다면 접종 후 감염의 위험이 있어 수두감염의 과거력이나 접종력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권고하는, 현재 60세 이상 성인들은 이미 수두에 대해 면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체검사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수두에 대한 항체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면 항체 검사를 시행하고 음성일 경우 대상포진 백신이 아닌 수두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
1회 접종 후 예방효과는 평균 51% 정도 로 보고된다. 생각보다 효과가 떨어지지만 비용-효과 분석에서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백신이기 때문에 반드시 콜드 체인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송하고 냉동 보관해야 한다. 약독화 생백신이기 때문에 면역저하자, 임산부에서는 접종이 제한된다. 또한 젤라틴과 네오마이신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접종 전 해당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접종 후 4주간 임신을 피해야 한다. 만약 대상포진을 앓았던 경우 자연면역을 획득하는 효과가 있으나, 만약 예방접종을 원하는 경우에는 최소 6-12개월이 경과한 후 접종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면역증가제 함유 사백신의 등장
최근 미국에서 싱그릭스(GlaxoSmithKline. USA)라는 제품이 출시되었다. 면역증가제(adjuvant)가 포함된 아단위(subunit) 백신으로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으면서 증식과 전파에 중요한 요소인 glycoprotein E antigen을 포함하고 있다. 면역증가제로는 세균인 Salmonella Minnesota와 식물 퀼라야(Quillaja Saponaria) 추출물로 만들어진 AS01B가 사용되었다. 지금까지의 임상연구를 종합해 보면 일반적으로 조스타박스의 효과는 51.3%, 싱그릭스의 효과는 96.2%로 보고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노화로 인해 백신접종 후 면역원성이
떨어지는데, 그 감소폭 또한 크게 차이가 나서 80세 이상에서는 싱그릭스 91%, 조스타박스 18%로 보고되고 있다. (표 1) 조스타박스의 경우 백신접종 후 대상포진이 발병하더라도 질환의 이환 기간과 중증도가 61.1%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어 이를 고려할 수 있으나, 두 백신의 기저 효과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향후 대상포진 백신의 선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반응은 크게 국소 이상반응과 전신 이상반응으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조스타박스의 경우 48.3%에서 접종 부위에 불편감을 호소했지만 싱그릭스는 81.5%에서 보고되었다. 또한 전신 이상반응은 조스타박스에서는 위약군과 비슷한 24.7%가 보고되었으나 싱그릭스에서는 66.1% (vs. 위약 29.5%)이었다. 싱그릭스에서 이상반응이 월등히높게 보고되었는데 다행인 것은 싱그릭스에서의 이상반응이 대부분 경증이었다는 것이다. 심각한 이상반응은 조스타박스에서 1.9%(vs. 위약 1.3%), 싱그릭스 9.0%(vs. 위약 8.9%)로 보고되어 위약과 큰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싱그릭스에서 국소 이상반응과 전신 이상반응 모두 높게 나타난 것은 강력한 면역반응과 관련 있어 보인다.
미국 예방접종 자문위원회에서의 싱그릭스 사용 권고사항
조스타박스보다 면역원이 뛰어난 싱그릭스라는 새로운 백신이 유통되면서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싱그릭스와 관련한 대표적인 임상연구인 ZOster Efficacy study(ZOE)에서는 50세 이상과 70세 이상의 연령에 중점을 두었고 효과와 안전성 모두 확인이 되었다. 미국 식약처에서 2017년도에 50세 이상에서의 사용을 허가하였고 미국 예방접종 자문위원회에서도 50세 이상에서의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조스타박스보다는 싱그릭스를 최우선 백신으로 추천하고 있으며 이전에 조스타박스를 접종했더라도 추가로 싱그릭스를 접종하도록 권고하고있다. 조스타박스와 싱그릭스 접종 간격에 대한 연구는 조스타박스 접종 후 5년이 경과된 접종자들로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5년 미만 간격으로 접종하
는 것에 대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빠른 시일 안에 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5년 미만에 접종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소 8주가 경과한 후에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생백신 금기에 속했던 환자의 경우 싱그릭스라는 사백신이 도입되면서 접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싱그릭스는 2-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약 접종을 하지 못하고 6개월이 지난 경우라면 2회 접종을 재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 안에 2차를 접종하고 마무리한다. 1개월 이내에 2차 접종 을 한 경우에는 마지막 접종을 기준으로 2-6개월 후에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대상포진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접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없는 상태이다. 싱그릭스의 경우 대상포진 감염 후 얼마의 시 간이 경과된 후 접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진바 없지만 급성기에는 접종하지 않도록 하고있다.
다른 백신과 동시에 접종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플루아릭스4가 인플루엔자 백신과 동시 접종해도 면역원성에 문제가 없었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23가 폐렴알균 사슬 백신, 파상풍/디프테리아 백신, 백일해 백신과의 동시접종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면역증가제 함유 백신과 동시접종에 대해서는 명확한결과가 필요하다. 또한 임신과 모유수유에 미치는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요약
2018년도까지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의 종류와 특징을 정리하면 표2와 같다. 기존 약독화 생백신인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와 비교하여 새로 개발된 면역증가제 함유 싱그릭스의 백신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다만 국소 이상반응과 전신이상반응이 높아 이에 대한 향후 경험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중대한 부작용, 장기면역원성, 2회 접종에 대한 순응 정도, 1회 접종의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결과가 필요한 상태이다. 최근 국내에서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사업으로 편입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현재 요구량 대비 생산량이 낮아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만 유통되고 있지만 국내에 유통될 경우 우선 접종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