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용어만 바꿔도 편견과 낙인 줄여

  • 등록 2025.07.08 1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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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여성과 의료진 모두 부정적인 평가, 반면 ‘건강체중초과’, 긍정적인 용어로 꼽혀
용어 하나만 달라져도 비만에 대한 낙인감 줄이고 치료에 대한 동기 부여 될 수 있다
건양대병원 강지현 교수 연구팀

비만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특히 비만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인 상처는 단순한 신체 질환의 범주를 넘어선다.

 

건양대병원 강지현 교수 연구팀이 이런 낙인감이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용어’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비만대사연구학회(SOMS) 소속으로 연구를 수행한 강지현 교수(건양대병원, 교신저자)와 김경곤 교수(가천대 길병원, 제1저자) 연구팀은 전국 10개 병원에서 모집한 체질량지수(BMI) 30kg/m² 이상 성인 비만

(왼쪽부터)건양대병원 강지현 교수,

     가천대 길병원 김경곤 교수

 

여성 321명과 ‘하이닥’에 소속된 의사 회원 171명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용어의 인식과 선호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비만'을 지칭하는 9개의 질병 관련 용어와 '비만인'을 지칭하는 14개의 환자 관련 용어에 대해 표현의 주관적 인식도와 적절성을 5점 척도로 평가했다.

 

그 결과, '비만병'과 '비만병 환자'라는 용어는 비만 여성과 의료진 모두에게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건강 체중 초과',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과 같은 표현은 심리적 상처를 줄여주는 긍정적인 용어로 꼽혔다.

 

강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의료진이 무심코 사용하는 비만 관련 용어와 표현이 환자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한 첫 사례"라며 "용어 하나만 달라져도 환자에게는 비만에 대한 낙인감 줄이고 치료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방형 질문을 통해 긍정적으로 평가된 용어를 선택한 이유를 살펴본 결과, 비만 여성과 의료진 모두 '일반적이며 무난한 건강 관련 용어', '체중 및 건강 상태 개선 가능성을 강조하는 표현', '부정적인 뉘앙스를 최소화한 표현'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반면, '비만병'이라는 표현은 '병으로 낙인찍히는 느낌이 불쾌하다'는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비만 여성과 의료진 사이의 관점 차이다. '비난과 차별 최소화'를 긍정적 용어로 선택한 이유로 응답한 비율은 비만 여성이 69.5%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의료진은 12.3%에 그쳤다. 반대로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표현'을 선호한 비율은 의료진이 48%로 높았고 비만 여성은 7%에 불과했다.

 

강 교수는 “이 연구는 다양한 비만관련용어의 인식 차이를 확인하고 후속 논의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연령과 집단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용어를 바꾼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낙인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인 성인을 대상으로 비만 관련 용어에 대한 인식과 반응을 조사한 첫 번째 연구로 의료 현장에서 환자 중심의 언어 사용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운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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