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제브라피쉬에서 색각(색 구분 능력) 상태를 빠르고 비침습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 기법을 개발했다. 기존의 복잡한 장비나 조직검사 없이도 행동 분석만으로 색각 기능 저하 정도를 평가할 수 있어, 유전 질환 연구나 약물 독성에 따른 시각 손상의 조기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병원장 서동훈) 안과 엄영섭 교수팀(안과 엄영섭 교수, 박혜시 연구원, 의생명연구센터 김수현 교수)은 제브라피쉬 색맹 실험동물 모델을 활용해 새로 개발한 색각검사 기법의 효과를 검증했다.
▲(왼쪽부터) 엄 영섭 교수 박 혜시 연구원 김 수현 교수
이번 연구 결과는 ‘적색 원추세포가 제거된 제브라피쉬 치어에서 새로운 색각검사 기법의 평가(Assessment of a novel color vision optomotor response assay in zebrafish larvae with red cone ablation)’라는 제목으로 최근 실험동물 분야 최상위 논문 중 하나인 Lab Animal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색각검사 기법은 적녹색 자극을 통해 제브라피쉬의 반응 속도와 패턴을 측정하는 것으로, 원추세포(색상을 감지하는 망막 내 시각 세포) 손실이 실제 색각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간접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적색 원추세포 제거가 용이한 유전자 조작 제브라피쉬 치어(5일령)를 대상으로 메트로니다졸 약물 노출 시간(0·12·24시간)에 따라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메트로니다졸은 원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항원충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적색 원추세포만 골라서 없애는 물질로 활용됐다.
이후 연구팀은 안구 조직절편에서 형광 단백질(mCherry) 면적을 측정해 실제 세포 수 변화를 확인했다. 또 새롭게 개발한 색각검사 기법을 이용해 색 자극에 대한 반응 속도와 이동 패턴을 측정하고, 적색 원추세포 손실에 따른 색각 변화를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24시간 메트로니다졸 처리군에서 원추세포 면적과 색각검사 반응이 가장 적어 적색 원추세포가 많이 손상될수록 적색 인지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색각검사 기법을 활용하면 제브라피쉬의 적색 원추세포 손실 정도에 따른 색각 기능 저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기존의 조직검사나 정밀 장비를 이용한 방법보다 더 빠르고 비침습적으로 색각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연구로 제브라피쉬에서 색각 손상 평가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새로운 색각검사 기법은 다양한 안과 질환 모델의 색각 기능 분석뿐 아니라, 향후 유전 질환 연구와 약물 효과 검증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제브라피쉬 색각검사 기법을 표준화해, 동물 실험에서 시각 기능을 평가하는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따른 색각 변화 연구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