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시병원회가 개최한 포럼에선 송재훈 민트벤처파트너스 대표가 ‘바이오 헬스산업과 병원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송재훈 대표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감염내과 전임강사로 교직과 환자진료를 시작한 이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교수를 거쳐 의대학장과 병원장을 역임했다. 송 대표는 또 삼성서울병원을 퇴직한 다음에는 잠시 차바이오그룹 회장을 맡았다. 지난 2020년 민트벤처파트너스를 창업, 대표를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송재훈 대표가 병원CEO포럼에서 강연한 ‘바이오 헬스산업과 병원의 미래’의 내용을 발췌ㆍ요약하여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오늘 강연하는 내용 중 적지 않은 부분이 병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강연내용의 대부분이 현재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고, 결국 우리나라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오늘의 강연주제가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과 병원의 미래’인데 결국은 병원의 미래와 관련된 내용으로,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바뀔 것이고, 또 병원은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라는 내용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미 바이오산업은 세계 모든 산업분야 가운데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상당부분이 건강 의료서비스와 관련되어 있다. 최근 통계자료를 보면 바이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IT산업의 2배, 자동차산업의 5배, 그리고 반도체산업과 비교하면 20배 이상이라고 하니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리라고 본다.
그런데 이 건강이나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이 외국과 비교에 상당히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이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2018년을 깃점으로 ICT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던 이전과는 달리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러 부문 가운데 바이오 의료분야에 대한 투자가 괄목할만한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고, 그 추세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모든 건강 및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투자가 바이오헬스 쪽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바이오헬스혁신 산업전략을 세워 바이오 빅데이터 등 5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오는 2025년까지 이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4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스케일업 펀드를 활용해 앞으로 5년 동안 2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정책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IT산업에 이어 바이오 헬스산업을 주력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정책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정부정책과는 걸맞지 않게 바이오 헬스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전혀 풀릴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는 동력이라고 한다면 크게 환자와 질병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전, 연관산업의 혁신, 그리고 마켓 및 시장의 변화, 이 네 가지 요인을 들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환자와 질병의 변화와 관련해선 전세계적으로 메가트랜드로 이루어지고 있는 고령화, 그리고 그에 따른 만성질병의 증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UN이 예측한 바로는 오는 2050년을 깃점으로 각국의 인구 중 65세 이상이 25% 이상인 나라로서 2개 국을 지목하고 있는데 바로 일본과 한국이고, 이런 비율로 고령화가 지속되는 나라로는 한국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로인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발생빈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서도 역시 한국을 지목했다.
이런 식으로 인구고령화와 만성질병의 기본적인 틀 아래에서 의료 페러다임과 의료기관, 그리고 Value chain이 바뀌고 있다. 의료패러다임의 변화는 잘 아는 바와 같이 P4 medicine으로 요약을 할 수 있다. 질병의 발생을 예측해서 예방을하고, 환자가 직접 참여를 하고, 개인맞춤의학으로 가는 이 트랜드가 바로 P4 medicine인 것이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미국에서 제안된 개념으로 실제 헬스케어산업과 메디신의 발전이바로 P4 medicine 패러다임에 맞춰 가고 있다.
그리고 의료기관의 변화 역시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사업모델의 혁신과 진료 시스템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고, 또 의료기술의 산업화라는 큰 트랜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의료에 같이 묶이는 Value chain들, 제약. 의료기기, 헬스IT, 보험업 등의 사업모델이 모두 바뀌고 있다. 이런 것들이 혁신이 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 중의 하나는 바이오헬스 기술의 혁신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기술혁신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먼저 유전체 분석인데 이제는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는데 한 시간 정도면 가능하고, 그 비용 또한 10만원 이하로 매우 저렴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빠르면 5년 이내, 늦어도 10년 이내에 자신의 지놈 정보를 스마트 폰에 저장해 놓고 다니는 시대가 오리라고 본다. 이런 시대가 오게 되면 병원들 역시 이런 정보를 가지고 다니는 환자를 진료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대책을 미리 세워 놓지않으면 안 될 것이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 조기진단, 질병예측도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액체생검일 것이다. 바로 피만 뽑고 몸 안에 어떤 종류의 암이 있던 조기에 진단을 하는, 어떻게 보면 꿈의 기술인것이다. 현재 이 기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회사들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현재의 수준은 1기 암이라도 40~50%에서 확진이 가능하다. 물론 암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액체생검 기술이 지금처럼만 발전을 한다면 늦어도 5년 이내에 지금보다 훨씬 진보되어 있는 수준에 이르러 상당수의 암을 조기에 혈액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이 된다.
기술혁신과 관련해 또 빅데이터와 AI 역시 뒤에서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여러 가지 의약품이 변화하고 있고, 웨어러블 센서나 모바일헬스케어와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큰 인프라의 변화도 있다. 그런가하면 개인맞춤 의약이라고 불리는 프리시즌 메디슨이 있으며, 항암제로서 위암환자에게 폐암치료제를 사용하고, 대장암 환자에게 자궁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즉 장기별로 암치료제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체 변이에 따라서 항암제를 결정하는 프리시즌 메디슨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은 면역항암제의 출현이다. 이제는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제를 통해 암을 치료하는 시대가 온것이다.
그리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유전자 편집치료, 이 7개의 분야가 지금 바이오 헬스케어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동력 분야인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면 과거에는 부정맥 진단을 할 때 홀터 모니터를 주렁주렁 달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매우 불편했는데 최근에는 조그만 밴드만한 크기의 펫치 하나만 붙이면 2주 동안 EKG 모니터링이 된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하이카드라는 것이 있는데 인공지능을 이용함으로써 이를 붙여 놓으면 실시간으로 부정맥 진단이 이루어진다. 아마도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부정맥진단을 하는 제품으로는 첫 번째일것이다. 이렇게 기술이 바뀌면서 과거에 사용하던 홀터 모니터 같은 제품들은 점차 필요없게 되어 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시장의 변화로서 전세계 메디칼 케어시스템의 큰 메가트랜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병원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같으면 모든 의료가 의원이나 병원에서 이루어지던 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이것이 개인의 생체신호 모니터링, 집에서의 재택진료, 지역사회에서의 진료로, 그 진료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형태
로 가고 있다. 다만 수술이나 중환자들의 경우에만 병원 시스템으로 가고, 그 이외의 환자들은 집이나 커뮤니티에서 치료하는 시대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나라는 물론 미국이다.
그런가하면 연관산업의 혁신도 병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 중의 하나이다. 한 제약회사가 있다고 하자.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먼저 약물 타켓을 설정하고 그 다음으로 리드 물질 선정→후보물질 선정→전임상→IND→임상1상→임상2상→임상3상→인·허가→제조·생산→판매·유통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이나 연구소 또한 각각 맡은 역할이 있다.
그런데 전통적인 제약회사 같으면 앞에서 열거한 과정대로의 신약모델로 가겠지만 요즘에는 그 모델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NRDO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 말은 ‘No Research Development Only'의 약자로 새로운 후보물질 파이프 라인을 도입하여 임상시험을 통해 가치를 높인 후 라이센스 아웃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다시말하면 신약물질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고, 신약개발 경험이 있는, 소위 신약 후보물질을 볼 줄 아는 선수들이 외부로부터 투자를 받아 전세계에 있는 제약회사들을 조사하여 신약물질이 될만 한 것을 투자받은 돈으로 구매한후 이 후보물질을 임상 1, 2, 3상을 거쳐 개발만 해서 그 가치를 극대화한 후 다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한마디로 100억을 주고 후보물질을 사서는 임상시험을 거쳐 그 가치를 1,000억으로 불려 다시 파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CRO(Contract Reserch Organization), 즉 임상 등의 연구개발 대행이나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등 제약회사들의 모델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병원들이 해야 할 역할 또한 많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매우 중요한 축으로 등장고 있다. 보험회사의 과거 전통적인 사업개념은 ‘위험관리업’이었다. 그런데 그 개념이 ‘건강관리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회사로 미국의 OSCAR사를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보험업계의 신데렐라와 같은 회사인데 스마트폰에서 OSCAR app을 이용해 간편하게 가입을 하면 24/7으로 병원이나 의사를 소개해 주고, 각종 컨시어지 서비스와 같은 건강관리를 해준다.
이 회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엄청나게 커졌다. 그런가하면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인 Humana사는 미국 전역에 500개 가까운 프리이머리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을 하고 있다. 보험회사에서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모델인 것이다(한국은 이런 모델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음).
그런데 우리나라도 2021년 초에 정부에서 보험회사가 헬스케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보험회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을 할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보험회사들이 자신들의 보험업무와 연관된 사업을 하던지, 아니면 그동안 해왔던 업무와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보험회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움직임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병원업계나 또는 의원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리고 보험회사들이 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병원들과 손을 잡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이 헬스케어에 대한 이해도가 많지 않기때문에 주로 하는 것은 웰리스, 홈 피트니스 등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얼마 전 신한금융그룹에서 처음으로 하우핏이라는 자회사를 만든다고 발표를 했고, 아마도 조만간 설립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자회사는 홈트레이닝을 하는 회사이다. 현재 KB나 삼성생명 등도 이와 비슷한 웰리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자회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음 단계는 우리나라 병원들과 연계해서 조금 더헬스케어에 근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방향으로 보험회사들이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