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과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C형간염이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된다. 대한간학회 등의 주도로 2017년부터 도입을 추진한 지 7년 만이다. C형간염 검진은 56세가 되는 해에 생애 단 1회만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행 B형간염 국가검진(40세)과 같은 방식이다. 내년(2025년) C형간염 검진 대상은 1969년생이다.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 환자의 대부분은 무증상 상태로 만성화돼 언제 감염이 됐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돼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대한간학회를 중심으로 무증상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선별검사를 통해 C형간염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는데, 내년 국가건강검진 포함을 계기로 C형간염의 조기진단은 물론 진료까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 권 정현 교수
◇혈액으로 감염… 양성 환자 치료율 58.1% 불과, 개선 필요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다만 국내 C형간염은 주로 수직감염에 의해 전파되는 B형간염과 달리, 성인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 최대 85%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간염으로 악화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크게 줄었다. 반면 정맥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침술, 문신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아시아 지역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7000만 명 이상이 C형간염 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C형간염 환자는 2016년 완치가 가능한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C형간염 양성 환자의 치료율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해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 2021년 C형간염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C형간염 양성으로 진단된 환자 8810명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5118명으로 전체 환자의 58.1%에 불과했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 8~12주 복용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지만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세계적으로 C형간염 퇴치를 위해 2030년까지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신규 감염 발생률과 사망률을 각각 80%와 65%로 감소시키고, 진단율과 치료율을 각각 90%와 80%까지 증가시킨다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각 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백신 없지만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 조기진단·치료 필수
문제는 C형간염 환자의 80%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복수, 황달, 간종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간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C형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없어 혈액전파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다행히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나와 있다. 95%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
C형간염은 혈액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C형간염으로 진단되면 추가적으로 유전자형 검사를 실시한다. 1형부터 6형까지 총 6가지가 있는데 이전에는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제나 치료 기간이 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유전자형에 잘 듣는 범유전자형 치료약제가 사용된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고 당부했다.
다만 C형간염은 완치 후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간경변, 간암 발생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다시 어디서 재감염될지 모른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염 환자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는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임에도 증상이 없고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병원을 내원하지 않는 경우다”며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발
전된 진때법으로 증상, 간수치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간경변과 간암의 진행 또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