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보호자들에게도 ‘종격동(縱隔洞)’은 다소 생소한 용어다. 종격동은 가슴뼈와 척추 사이 흉곽(縱) 안의 빈(隔) 공간(洞)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가슴 안쪽의 폐를 제외한, 좌우의 흉막강 사이에 있는 공간을 종격동으로 부른다. 기관지, 식도, 대동맥, 심장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주요 장기가 위치하는데 앞쪽은 가슴뼈, 뒤쪽은 척추, 아래는 횡격막으로 경계 지어진다.
종격동 종양은 종격동에 발생하는 낭종이라고 하는 물혹부터 양성 종양, 악성 종양까지 모두를 통칭한다. 40~50대 중장년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격동은 위치에 따라 전상종격동, 중종격동, 후종격동 3부분으로 구분하는데, 각각 빈발하는 종양이 다르다. 전상종격동에는 흉선종, 림프종, 배아세포종 등이, 중종격동에는 심낭종, 림프종, 기관지성 낭종 등이, 후종격동에는 신경종, 기관지성 낭종, 장성(enteric) 낭종 등이 흔히 발생한다. 전상종격동의 종양이 중종격동이나 후종격동의 종양에 비해 악성일 가능성이 크다.
▲ 이 지윤 교수
이지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종격동 종양은 종격동에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젊은 층은 대개 양성이고 원발성 종양이 많지만, 중장년층 이상은 악성이면서 전이성 종양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종양이 압박하는 장기 따라 다양한 증상 나타나
증상은 대부분 무증상이 많지만, 종양이 커지면서 압박하는 장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기관이나 기관지를 압박하면 기침과 호흡곤란이 생긴다. 종양이 식도를 누르면 음식을 삼킬 때 어려움을 겪게 되고, 대동맥을 압박하면 경부의 동맥이 굵어지며 혈액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해 평소에 없던 부위에 정맥이 드러난다. 심장을 압박하면 맥박이 증가하고, 늑간신경을 압박해 늑간신경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후두회귀신경을 누르면 쉰 목소리가 나온다. 악성 종양 중 하나인 흉선종은 절반 정도에서 일시적인 근력 약화와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중증근무력증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격동 종양이 의심될 때는 조영제를 사용하는 CT(컴퓨터단층촬영)로 확인한다. 일반적인 비조영 CT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다. 이후 종양의 위치나 음영, 모양 등을 토대로 임상적 진단을 내린다. 정상적인 종격동은 기관지나 식도가 보이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왔을 때 대동맥 혈관과 심장 음영이 보이는 형태로 나타난다. 척추 주변 신경이나 척수와 연관성이 의심될 때는 MRI(자기공명영상) 등 추가 검사를 하고 수술 치료를 하기도 한다.
수술은 가슴뼈를 반으로 자르고 들어가는 정중흉골절개술이 전통적으로 많이 시행됐고, 최근에는 흉터와 통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흉강경이나 로봇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기도 한다. 이지윤 교수는 “종격동 종양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환자의 나이, 증상의 유무, 종양의 위치를 잘 고려해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며 “방사선학적 영상 검사와 더불어 림프종이나 생식세포종이 의심될 때는 수술적 치료가 1차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고 했다.
◇치료는 수술적 절제가 원칙… 침 생검술이나 조직검사 필요할 수도
종양의 치료는 수술적 절제가 원칙이다. 양성 종격동 종양으로 증상이 없더라도 압박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악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암, 낭종, 양성 종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지윤 교수는 “악성은 완전한 수술적 절제가 힘든 경우가 꽤 많다”면서 “어떤 악성 병변인지, 또 림프종이나 악성 흉선암 등 조직학적 확진을 위해 침 생검술이나 필요한 경우 개흉술, 내시경 수술 등을 통해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종격동 종양은 위험 요인이 불명확해 아직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건강검진을 위해 시행한 흉부 X-선 촬영이나 저선량 흉부 CT에서 종격동 종양을 발견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 “종격동 종양 역시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할수록 좋은 예후를 보인다”고 이지윤 교수는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