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탕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처음에는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다가 점점 세기가 줄어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감각 적응이라 불리는 현상으로 오랫동안 맛 수용체의 비활성화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으로만 여겨져 왔다. 본 연구에서는 혀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세포인 미각교세포가 맛 적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혀에서부터 서로 다른 세포들이 소통하면서 맛 정보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진은 살아있는 동물의 혀에서 맛을 느끼는 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새로운 생체 현미경 기술을 구축했다 (첨부 그림 참조). 맛 물질을 혀에 전달하기 위해 미세유체기술을 도입하고, 각 세포의 활성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측정할 수 있는 생쥐 모델을 확립했다. 이를 통해 단맛이 혀에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상황에서 맛 정보가 처리되는 각 단계를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다.
▲ 최 명환 교수
생체 영상을 통해 단맛 세포와 미각교세포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밝혀내었고, 이 결과를 기반으로 미각교세포를 선택적으로 자극하였을 때 단맛이 억제됨을 규명할 수 있었다. 생쥐가 단 음료를 섭취하는 행동실험에서도 미각교세포를 강제적으로 활성화할 경우 단맛을 더 낮은 농도로 느꼈고, 미각교세포를 비활성화한 경우 맛에 대한 적응이 둔화됨을 보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에 생각되어진 것보다 복잡한 수준의 맛 정보처리가 혀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례로 특정 맛에 미리 노출되었을 경우 미각교세포의 활성이 바뀌면서 혀에서 맛을 느끼는 민감도가 변화될 수 있다. 음식을 먹는 순서가 맛을 느끼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혀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나아가 여러 맛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각 맛에 대한 감도를 조절하는 데에도 미각교세포의 활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및 유전공학연구소 소속 최명환 교수 연구팀에서 박가연 학생과 이기현 학생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Cell에 2024년 11월 18일 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
◈그림】미각 생체 영상 기술 개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