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기는 일반적인 소아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신생아에게서만 나타날 수 있는 특성과 응급 상황을 알아두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신생아의 이상 증상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윤교 교수로 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01 울 때>
신생아는 울음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때문에 울음이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다. 하지만 아기가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젖는 등 불편함이 없는데도 계속 우는 경우가 있다.
만약 울음의 원인을 알 수 없고 달래도 그치지 않는다면 영아산통일 수 있다. 발작적인 울음과 함께 복부가 팽만되고, 다리를 구부리며 손은 꽉 쥔 채로 몹시 울고 보채며, 하루 3시간 이상, 일주일에 3일 이상, 3주간 증상이 지속되면 영아산통을 진단할 수 있다.
▲ 오 윤교 교수
영아산통은 생후 1~2주경 시작되어 대부분 생후 3~4개월 이전에 저절로 좋아진다. 그러나 다른 증상이 동반되거나 아이가 아파 보인다면, 다른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진찰을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가 운다면 그칠 때까지 그대로 두기보다는 양육자가 적절히 반응하여 아이가 보호와 사랑을 받는 경험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02 열이 날 때>
신생아가 갑자기 고열이 나면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아기의 체온을 측정해 38℃ 이상이라면 방의 온도가 너무 높지 않은지, 아기에게 옷을 너무 많이 입히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신생아는 체온 조절이 미숙하여 주위 환경에 따라 쉽게 체온이 오를 수 있지만, 패혈증, 장염, 폐렴, 요로감염, 뇌수막염 등 감염에 의한 초기 증상으로도 열이 날 수 있다. 이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아기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신생아에게 열이 나는 경우, 특히 반복적으로 열이 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03 토할 때>
식도와 위의 경계에 위치한 하부식도 괄약근은 위의 내용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아기는 이 근육의 발달이 미숙해 자주 토할 수 있다. 따라서 수유 후뿐만 아니라, 수유 중간에도 트림을 시키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 증상은 아기가 성장하면서 점차 나아지다가 돌 무렵에는 대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역류 정도가 심하거나, 체중이 잘 늘지 않거나, 구토 외에 설사, 열, 경련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되거나, 아기가 기운이 없고 축 처지거나, 수유할 때마다 뿜듯이 토할 때, 갑자기 심하게 울고 토하면서 아기의 안색이 나쁘거나, 변에 피가 섞여 있을 때는 응급질환일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04 배변 이상>
아기는 출생 후 이틀 정도는 거무스름하고 끈적끈적한 태변을 보다가, 차츰 녹갈색을 띠는 이행변을 거쳐 노르스름한 변을 보게 된다. 많은 엄마가 부드러운 질감의 황금색 변을 아기의 건강 지표로 여기지만, 사실 아기의 변은 모유 또는 분유 등 우유의 종류와 아기의 월령에 따라 색깔, 횟수, 변의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신생아 시기에는 변이 묽고 횟수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며, 모유를 먹는 아기는 하루에 4~5회, 많게는 10회 이상 변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변이 묽고 횟수가 많다고 하여 모두 설사로 간주되거나 병적인 상태라고 할 수 없다. 변 색깔이 녹색이거나 알맹이가 조금 있어도, 아기가 다른 증상이 없고 잘 먹으며 기분이 좋다면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변이 쌀뜨물처럼 매우 묽거나, 혈액 또는 점액이 섞여 있거나, 설사 외에 구토, 발열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될 경우, 또는 아기가 잘 먹지 않고 축 늘어져 전신 상태가 좋지 않다면 진찰을 받아야 한다. 또 아기가 변을 볼 때 힘들어하거나, 2~3일 동안 변을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후 스스로 변을 보고 평소처럼 잘 먹고 잘 지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복부가 팽만되고 구토 증상을 보이며, 보채거나 잘 먹지 않는다면 진찰을 받아야 한다.
<05 경련(경기)>
신생아는 작은 소리나 자극에도 깜짝 놀랄 수 있으며, 손이나 발 또는 아래턱을 바르르 떠는 경우가 있다. 이때 가만히 잡아주어 떨림이 바로 멈추면 경련이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잡아주어도 떨림이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한다.
신생아의 뇌는 아직 미숙하므로 이 시기에 나타나는 경련은 소아나 성인의 경련 양상과는 다르다. 만약 아기가 멍하니 한쪽을 응시하고, 입맛을 쩝쩝 다시거나, 손과 발을 반복적으로 까딱거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양으로 다리를 움직이거나, 청색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찰 시에는 경련의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경련 당시의 모습을 촬영하여 보여주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아기가 경련을 할 때 너무 당황하여 아이를 잡고 흔들거나 때리며 자극을 주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응급 구조기관에 연락한 후, 경련 중 아기가 토하여 기도로 흡인되지 않도록 머리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확보하는 것이다.
<06 탈장>
탈장은 복벽의 구멍을 통해 배 안의 내장기관이 튀어나온 상태를 말한다. 아기에게 흔히 나타나는 탈장으로는 배꼽 탈장과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이 있다. 배꼽 탈장은 배꼽 고리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장막이나 소장이 탈장되어 배꼽 부위에 동전 크기만 한 돌출 부위가 생기는 것으로, 아기가 울거나 힘을 줄 때 탈장이 생기지만 안정하면 저절로 들어간다.
대부분 아기가 성장하면서 호전되지만, 1~2년간 경과를 관찰한 후에도 지속되거나 장폐색 등이 나타날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서혜부 탈장은 단순히 액체가 고인 상태인 음낭수종과 감별해야 하며, 튀어나온 장이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장이 괴사될 수 있다. 따라서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킬 때 아이의 서혜부(사타구니)의 좌우 대칭 여부를 잘 살펴보고 양쪽이 심하게 비대칭이라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