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자살 위험이 2배 가량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연구팀은 1996년부터 2012년 사이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 4,362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밝혔다.
파킨슨병이란 도파민의 신경세포 소실과 관련 있는 신경 변성 장애로, 떨림과 경직 등이 특징적인 신경계 퇴행성 질환을 말한다. 60세 이상 노인에게서는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환자수가 2010년 127.5명에서 2014년 168.5명으로 늘어, 연평균 7.2%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연구에서 등록된 파킨슨병 환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환자는 모두 29명으로,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지 평균 6.1(±3.5)년이 지나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자살 당시 평균 나이는 65.8세였다.
연구팀은 이들 자살환자의 수가 같은 연구기간 동안 일반인구에서 연령과 성별, 연도에 따른 자살률을 반영하여 분석했을 때 예측했던 14.59명보다 1.99배나 더 높다고 밝혔다. 파킨슨병 환자의 자살위험을 높이는 요인도 이번 연구로 확인됐다.
연구 참여 파킨슨병 환자 중 사회인구학적 측면과 파킨슨병 관련 변수, 정신과적 증상, 과거 치료이력 등을 토대로 추려낸 116명을 대조군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남성환자의 자살위험이 더 높았고, 심각한 운동장애가 발생한 경우도 자살 위험을 부추기는 사유로 확인됐다.
특히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은 적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상대적 위험도가 3.21배 가량 치솟았다. 그만큼 환자의 마음건강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엘-도파(L-Dopa)의 약물 농도가 높아지는 경우에도 자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새롭게 지목됐다.
엘-도파는 체내에서 도파민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자살위험을 높이는 환자의 충동성을 키웠거나 고농도의 처방을 받을 당시 이미 우울증이 심각한 상태였기 때문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홍진표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우울증은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환자의 마음건강에 대해서도 적절한 치료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뇌신경 분야 국제 학술지 <Parkinsonism and related disorder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