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환자 쏠림,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폭증,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이 한국 병원 의료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은 상급병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의료 붕괴를 가져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Korea Healthcare Congress 2019에서는 5일,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 병원의 오늘과 내일을 말한다’를 주제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토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으로 의료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병원장은 “3차 상급병원, 특히 대학병원의 환자쏠림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병원에 환자가 느는 것을 보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병상가동률이 92%에서 94%로 증가했는데 지표상으로 보면 얼마 안 되는 수치이지만, 90% 이상 가동률에서 1~2% 증가는 굉장히 큰 폭의 증가이며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이 지적한 환자쏠림 현상의 파급효과는 진료요구 증가, 인건비 증가에 따른 의료비 폭증과 자원고갈이다.
이와 관련해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상급병원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상급병원에도 도움이 안 되고, 지역의료붕괴를 가져와 의료생태계를 왜곡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 쏠림이 의료자원의 쏠림현상, 인적자원 고갈까지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사회가 무한정 자원 투입을 늘릴 수 없기에 지금이라도 ‘의료회송사업’의 원취지를 보강해 지역의료기관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격과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가격구조의 개선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장기 재원, 중증도, 초진, 재진에 따른 수가를 정교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병원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예시로 성과급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대학병원에 재진이 많아질 때, 성과급을 자체적으로 활용해 재진 환자 진료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편, 이상규 연세대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는 현 정책에 ‘의료산업생태계를 고려한 관점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방향에서 정책방향이 고민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쇠퇴하는 생태계는 수익성이 혁신성을 압도하는 상태이다. 이 교수는 “지금 대학병원은 돈은 잘 벌고 있지만, 수익성에 매몰되어 혁신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국내 의료 생태계는 중소병원, 의원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만큼 이들 모두를 고려한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