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강혜진 교수 연구팀이 말초 신경계를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유전학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Bryan Roth 교수 및 Grégory Scherrer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진행됐으며, 세계적인 생물학 학술지 Cell에 12월 3일 자로 발표됐다.
말초 신경계는 통증, 염증, 가려움증 등 많은 질환과 연관이 있지만, 연구와 치료법 개발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 강 혜진 교수
특히, 기존 약물은 중추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졸음, 중독, 신경학적 부작용과 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모르핀은 중추 신경계와 말초 신경계에서 발현되는 Mu-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지만, 부작용은 주로 중추 신경계에서 발생한다. 이에 따라 말초 신경계만을 선택적으로 연구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화학유전학 기술인 DREADD(Designer Receptors Exclusively Activated by Designer Drugs)는 주로 무스카린 수용체(M3 또는 M4)의 돌연변이에 기반해 Clozapine-N-Oxide(CNO)와 같은 리간드로 특정 신경세포를 흥분시키거나 억제함으로써 동물의 특정 뇌 회로와 행동을 정밀하게 분석해 왔다. 그러나 CNO는 야생형 무스카린 수용체를 활성화하거나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혜진 교수 연구팀은 뇌에서 발현이 낮은 HCA2(Hydroxycarboxylic Acid Receptor 2) 수용체를 기반으로, 구조 기반 설계를 통해 말초에 국한된 Gi-DREADD인 ‘HCA2 DREADD(HCAD)’를 개발했다.
또한 HCAD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면서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지 않아 중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수 리간드를 설계하기 위해, 초대형 화합물 라이브러리와 다양한 세포기반 실험을 활용해 적합한 리간드를 선별했다.
이어 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을 통해 HCAD와 해당 리간드 간의 결합 및 활성화 기전을 3차원 구조로 규명했다. 동물 모델 실험에서는 HCAD를 말초신경인 배근신경절(DRG) 뉴런에 발현시키고, 리간드를 처리해 활동전위를 억제함으로써 급성 및 염증성 통증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강혜진 연세대 교수는 “이번 논문은 새로운 DREADD 기술의 개발과 이를 적용한 연구로, 세계적인 학술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뿐만 아니라, 기존의 중추 신경계에 국한됐던 기술을 말초 조직까지 확장해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라며, “이 DREADD 플랫폼이 앞으로 말초 신경과 관련된 신경병증, 통증, 염증, 가려움증 뿐만 아니라, 대사, 암, 면역 등 말초 분야의 기초 및 중개 연구에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사업, 국제 선도연구센터 기초의과학분야, 바이오의료기술사업, 신진인프라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조민정 석박통합과정생(공저자)이 함께 참여했다.
◈그림】말초 신경 특이적 화학유전학(HCAD) 플랫폼 설계와 이를 활용한 말초 신경 조절 및 동물 모델 통증 억제 연구